📦 Do, 85% - BJ대한물류 AI 도입 생존기

Episode 3: "새벽 2시의 진실"

🌃 새벽 2시의 터미널

새벽 1시 50분. 곤지암 터미널 주차장, 서윤의 뒷모습.

11월 15일 목요일. 새벽 1시 50분.

서윤은 곤지암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서울에서 1시간. 네비게이션을 끄니 어둠이 쏟아졌다.

건물이 보였다. 컨테이너 같은 철제 구조물.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본사 유리 건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에서 내렸다. 11월 공기가 차갑다.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어제 택배로 받은 작업복을 입었다. 검은색. M 사이즈. 조금 컸다. 블라우스와 슬랙스 대신 이걸 입으니 어색했다.

안전모를 썼다. 노란색. 턱끈을 조였다.

핸드폰을 봤다. 1시 57분.

문자가 와 있었다. 최도진.

"2시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1층."

서윤은 터미널 입구로 걸어갔다.

자동문이 열렸다. 기름 냄새가 났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사람들 외치는 소리.

본사는 조용했다. 카펫 위를 걷는 소리만 났다. 여기는 달랐다.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었다.

복도를 따라 걸었다. 시멘트 바닥. 벽에 안전 수칙 포스터. "안전모 착용", "지게차 주의".

1층 사무실 문이 보였다. 유리문에 "운영팀" 표지.

문을 열었다.

도진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서윤을 보더니 시계를 봤다.

"2시 정각이네요."

"...네."

"커피 드세요?"

도진이 종이컵 자판기를 가리켰다.

"아니요. 괜찮아요."

"새벽까지 버티려면 마셔야 해요. 여긴 6시까지 안 쉬어요."

서윤은 자판기 앞으로 갔다. 버튼을 눌렀다. 믹스커피가 나왔다. 본사에서는 안 마시던 커피였다.

"앉으세요."

도진이 옆 의자를 가리켰다.

서윤이 앉았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본사 가죽 의자와는 다른 소리였다.

"오늘 뭐 할 건지 설명드릴게요."

도진이 모니터를 돌렸다. 화면에 숫자들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 전국에서 물량 들어오는 중이에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가 피크예요."

"왜 새벽이에요?"

"저녁에 주문한 거 밤에 출고돼요. 간선 트럭이 밤새 달려서 새벽에 도착하고. 우리는 그걸 받아서 분류해요."

화면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입고: 12,847건

"저게 실시간이에요?"

"네. 지금 이 순간 트럭에서 내리는 택배 개수예요."

서윤은 화면을 봤다. 맥칸더에서 봤던 대시보드와 비슷했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다. 저 숫자 하나하나가 실제 상자였다.

"오늘 서윤 PM은 7번 라인 배치예요."

"7번 라인이요?"

"휠소터 분류 라인. 바코드 스캔하고, 목적지별로 분류하는 구간이에요."

도진이 일어섰다.

"가시죠. 설명은 현장에서."

2시 5분.

🔊 터미널 내부

컨베이어 벨트와 상자들, 압도적인 소음과 불빛. (삽화 교체: 김택배 등장)

서윤은 도진을 따라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소음이 쏟아졌다.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 휠소터 기계음. 사람들 외치는 소리. 지게차 경적.

본사 회의실은 조용했다. 에어컨 소리만 났다. 여기는 전쟁터였다.

"7번 라인이에요."

도진이 한 구역을 가리켰다.

컨베이어 벨트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상자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사람들이 양옆에 서서 바코드를 스캔하고, 상자를 밀어냈다.

"김택배 님!"

도진이 한 사람을 불렀다.

50대 중반 남성. 작업복에 땀이 배어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아, 도진 씨. 이분이?"

"본사 AI 프로젝트 PM이에요. 이서윤 님."

"아, 그 유명한."

김택배가 서윤을 봤다. 눈빛이 차가웠다.

"AI 만드러 온 분이네요."

"...네. 안녕하세요."

서윤이 인사했다. 김택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 7번 라인 배치했어요. 가르쳐주세요."

"왜 본사 사람이 여기 와요?"

"배우러 왔대요."

도진이 대답했다.

김택배가 코웃음 쳤다.

"배워서 뭐해요. 어차피 기계로 대체할 거면서."

"그게 아니에요."

서윤이 말했다.

"제가 현장을 몰라서 왔어요. 데이터만 봤어요.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싶어요."

"봐서 뭐해요?"

"...AI를 제대로 만들려면 현장을 알아야 해요."

김택배가 잠시 서윤을 봤다.

"좋아요. 그럼 직접 해보세요."

그가 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이거 스캔해보세요."

🤚 첫 스캔

서윤의 손이 떨리며 스캐너를 들고 상자를 스캔하는 클로즈업.

서윤이 상자를 받았다. 무거웠다. 10kg은 넘을 것 같았다.

"바코드 스캐너 여기 있어요."

김택배가 스캐너를 건넸다.

서윤이 상자를 한 손으로 들고, 스캐너를 다른 손에 쥐었다. 바코드를 찾았다. 상자 옆면에 있었다.

스캐너를 갖다 댔다.

삐—

인식됐다.

"됐어요!"

"당연히 되죠. 문제는 다음부터예요."

컨베이어 벨트가 계속 돌아갔다. 상자가 계속 왔다.

"다음 거. 스캔."

서윤이 다음 상자를 집었다. 스캔했다.

삐—

"또 다음."

또 집었다. 스캔.

삐—

"계속."

상자가 끝없이 왔다. 서윤은 계속 집고, 스캔하고, 내려놓았다.

10개. 20개. 30개.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속도 올리세요. 뒤에 밀려요."

김택배가 말했다.

💨 컨베이어 벨트 작업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끊임없이 상자를 스캔하는 모습.

서윤이 속도를 올렸다. 상자를 빨리 집었다. 스캔했다. 하지만 손이 떨렸다.

스캐너가 바코드를 못 읽었다.

삐삐삐— (에러음)

"각도 틀렸어요. 30도 기울이세요."

서윤이 각도를 바꿨다. 다시 스캔.

삐—

됐다.

하지만 그 사이 상자 3개가 더 지나갔다.

"놓쳤어요. 수동으로 처리해야 해요."

김택배가 놓친 상자를 따로 빼냈다.

서윤은 계속했다.

50개.

손목이 저렸다. 허리가 아팠다. 안전모가 무겁게 느껴졌다.

"휴식은 언제 해요?"

"30분 후."

"30분..."

서윤은 시계를 봤다. 2시 20분. 이제 20분밖에 안 지났다.

100개.

손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장갑을 안 껴서 그런가 싶었다.

"장갑 있어요?"

"있어요. 근데 안 껴요."

"왜요?"

"바코드 스캔할 때 감각 필요해요. 장갑 끼면 각도 못 맞춰요."

그럼 맨손으로 4시간을 한다는 건가.

서윤은 계속 일했다.

150개.

어느새 땀이 났다. 11월인데 덥다. 기계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도진이 물었다.

"...네."

"얼굴 창백한데요."

"괜찮아요."

200개.

삐— 삐— 삐—

계속 스캔했다. 기계적으로. 생각할 틈도 없었다.

맥칸더에서 일할 때는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데이터 보고, 분석하고, 전략 짜고.

여기는 달랐다.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냥 손이 움직였다.

상자. 스캔. 상자. 스캔.

3시 30분.

서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식 10분이에요."

김택배가 말했다.

🩹 물집 잡힌 손

서윤의 손 클로즈업, 빨갛게 부은 손바닥과 터진 물집.

서윤은 손을 봤다. 빨갛게 부어 있었다. 물집이 두 개 터졌다.

"처음이라 그래요. 일주일 지나면 굳어요."

"...일주일."

"네. 매일 4시간씩 하면요."

서윤은 물을 마셨다. 한 번도 이렇게 물이 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도진이 다가왔다.

"어때요? 7번 라인."

"...힘드네요."

"지금 몇 개 스캔했는지 알아요?"

"200개쯤?"

"320개요."

"그렇게 많이..."

"시간당 평균 400개예요. 김택배 님은 550개 하세요."

서윤은 김택배를 봤다. 그는 여전히 상자를 스캔하고 있었다. 쉬지도 않고.

"저분은 왜 안 쉬어요?"

"쉬면 뒤에 밀려요. 다음 조가 힘들어져요."

"혼자 다 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원래 2명 1조예요. 근데 오늘 한 명이 아파서 안 왔어요. 그래서 혼자 하시는 거예요."

"그럼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도진이 일어섰다. 7번 라인으로 갔다. 김택배 옆에 섰다. 상자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서윤도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라인으로 걸어갔다.

"제가 할게요."

"손 괜찮아요?"

"...해야죠."

서윤은 다시 스캐너를 잡았다. 손이 아팠다. 하지만 계속했다.

새벽 5시.

물량이 끝났다.

처리 완료: 14,203건

화면에 숫자가 떴다.

😩 탈진한 서윤

바닥에 주저앉은 서윤, 물병을 들고 있는 모습.

서윤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일어날 힘이 없었다.

손을 봤다. 물집이 5개로 늘었다. 손목은 퉁퉁 부어 있었다.

김택배가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고생하셨어요."

서윤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치고 잘했어요. 400개 넘게 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물어볼 게 있어요."

"네."

"AI 만들면 진짜 우리보다 잘해요?"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3시간 동안 400개를 스캔했다. 손이 부서질 것 같았다.

김택배는 550개를 했다. 쉬지도 않고.

AI는 초당 10개를 스캔할 수 있다. 3시간이면 108,000개.

하지만.

"못해요."

서윤이 말했다.

"왜요?"

"습도 높으면 바코드 안 읽혀요. AI도 못 읽어요. 각도 틀리면 에러 나요. 무거운 상자는 떨어뜨려요. 사람은... 조절해요. 김택배 님처럼."

김택배가 처음으로 웃었다.

"그래요. 우리는 조절해요. 기계는 못하는 거."

도진이 다가왔다.

"이제 아셨어요? 데이터에 없는 게 뭔지."

"...네."

서윤은 손을 봤다.

"손이 데이터에요. 습도가 변수고. 피로도가 오류율이고."

그녀는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지만, 섰다.

"내일도 와도 돼요?"

김택배와 도진이 서로 봤다.

"진짜요?"

"네. 일주일 배우고 싶어요. 그래야 AI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택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내일 2시. 또 오세요."

새벽 6시.

💻 노트북의 깨달음

차 안, 노트북 화면에 "AI 85% + Human 15%" 타이핑하는 손.

서윤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차에 앉았다. 손을 보니 피가 조금 났다. 물집이 터진 자리였다.

노트북을 꺼냈다. 파일을 열었다.

"AI 도입 효과: 배송 효율 +27%"

커서를 그 줄에 놓고, 지웠다.

새로 썼다.

"AI 단독 효율: 불가능. 이유: 현장 변수 대응 불가."

"제안: 하이브리드 시스템. AI 80% + 사람 20%."

아니다. 숫자가 틀렸다.

지우고 다시 썼다.

"AI 85% + 사람 15%. 이유: 사람은 AI가 못하는 15%를 메운다."

저장했다.

시동을 걸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

백미러에 터미널이 보였다. 불이 꺼지고 있었다.

내일 또 온다.

새벽 2시에.

💡 Hands-On Tutorial: 서윤의 현장 변수 분석 프롬프트

Real-world situation: 데이터 분석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자동화 시스템이 현장에서 왜 작동하지 않는지 파악하고 싶을 때

Copy-paste prompt:

나는 {업종}에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장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다음 상황을 분석해주세요:

현장 상황:
- 작업: {구체적인 작업 설명}
- 자동화 시스템: {시스템 설명}
- 발생한 문제: {실제 문제점}

분석 요청:
1. 데이터/이론에서 놓친 현장 변수 찾기
- 환경 요인 (습도, 온도, 조명 등)
- 인간 요인 (피로도, 숙련도, 판단력)
- 시간 요인 (시간대별 변화, 피크 타임)
- 물리적 요인 (물건 무게, 크기, 상태)

2. 각 변수가 자동화 실패에 기여한 비율 추정

3. 사람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기계가 못하는 "조절" 행위 리스트

4.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안
- 자동화가 맡을 부분 (몇 %?)
- 사람이 맡을 부분 (몇 %?)
- 둘의 협업 방식

업종: {물류/제조/서비스 등}
프로세스: {구체적 프로세스}
문제점: {관찰된 실패 사례}

What you'll get: 현장 변수 분석 +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안

Try it yourself:

  • [ ] 위 프롬프트를 복사
  • [ ] {중괄호} 부분을 실제 상황으로 교체
  • [ ] ChatGPT 또는 Claude에 입력
  • [ ] 결과를 현장 담당자와 검증

🎯 Learning Concept (from "Don't Think, Do AI")

Chapter 3: 손으로 배우기

데이터는 "무엇"을 알려주지만, 현장은 "어떻게"를 가르친다.

Why it matters in 물류업:

  • 3시간 현장 경험 > 3개월 데이터 분석
  • 물집 잡힌 손이 가르쳐주는 것: 반복의 무게, 변수의 실체
  • AI 설계자는 반드시 현장 경험 필요 (최소 1주일)

Common mistake:
"현장 사람들을 인터뷰하면 된다" → NO. 직접 해봐야 안다.

Success indicator:
손에 물집이 잡히고, 그제서야 데이터 수치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때

**[Episode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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