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 85% - BJ대한물류 AI 도입 생존기
Episode 2: "데이터는 거짓말을 한다"
🏙️ 본사 건물 앞 도진
오전 9시 50분.
도진은 본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곤지암에서 1시간 30분. 회의는 10시.
20층 유리 건물. 입구 로비의 대리석 바닥이 반질거렸다. 곤지암 터미널의 콘크리트 바닥과는 달랐다.
보안 게이트를 통과했다. 사원증을 찍었다. 삐—
"최도진 대리님, 4층 대회의실입니다."
경비가 안내했다.
엘리베이터에 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작업복 위에 급하게 입은 검은색 재킷. 머리는 새벽 작업 후 감지도 못했다. 손톱 밑에 기름때가 남아 있었다.
4층에서 내렸다.
복도가 깔끔했다. 흰색 벽. 회색 카펫. 냄새도 달랐다. 곤지암은 기름과 먼지 냈는데, 여기는 방향제 냄새였다.
"도진 씨!"
정민수가 다가왔다. 회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 깔끔했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왔네. 회의실 이쪽이야."
따라갔다.
회의실 문이 열렸다.
유리벽으로 된 공간. 대형 스크린. 타원형 테이블. 가죽 의자 12개. 창밖으로 강남 빌딩숲이 보였다.
이미 5명이 앉아 있었다. 전부 정장. 노트북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여기 앉아."
정민수가 끝자리를 가리켰다.
도진이 앉았다. 의자가 푹신했다. 곤지암 사무실 의자는 10년 된 철제였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더 들어왔다.
본사 기획팀 4명. 전략팀 2명. 현장 대표 3명. 도진 포함.
총 9명.
정민수가 앞에 섰다.
"시작하겠습니다. BJ대한물류 AI 물류혁신 TF 첫 번째 회의입니다."
스크린이 켜졌다. 파워포인트 타이틀이 떴다.
"AI 기반 스마트 물류 혁신 로드맵"
화려한 그라데이션 배경. 회사 로고.
"오늘은 프로젝트 PM이 전체 계획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서윤 PM, 나와주세요."
문이 열렸다.
🚶♀️ 서윤 등장
20대 중반 여성이 들어왔다.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슬랙스. 얇은 테 안경. 긴 생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었다. 손에 아이패드를 들고 있었다.
도진은 그녀를 봤다. 깔끔했다. 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타입이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또렷했다.
"AI 프로젝트 매니저 이서윤입니다."
그녀가 테이블을 한 바퀴 돌며 사람들과 악수했다. 도진 차례가 왔다.
"이서윤입니다."
"최도진입니다."
악수.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다. 도진의 손은 거칠었다. 기름때가 묻을까 봐 살짝만 쥐었다.
서윤이 앞으로 갔다. 아이패드를 스크린에 연결했다.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이서윤 프로필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 미국 맥칸더 & Company 3년
- AI 물류 컨설팅 프로젝트 12건
- Python, R, SQL 전문
도진은 화면을 봤다. 맥칸더. Python. SQL.
곤지암하고는 다른 세계 언어 같았다.
"주로 해외에서 AI 도입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아마존, 페덱스 같은 글로벌 물류 기업들의 AI 시스템을 분석했고, 그 노하우를 CJ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서윤이 리모컨을 눌렀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슬라이드: 현황 분석
"작년 BJ대한물류 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래프가 나타났다. 막대 그래프, 선 그래프, 원 그래프. 컬러풀했다.
"전국 22개 센터, 일평균 처리 물량 120만 건. 휠소터 가동률 평균 78%. 오류율 0.8%. 인력 투입 시간당 평균 2.3명."
숫자가 쏟아졌다.
도진은 78%라는 숫자를 봤다. 맞았다. 곤지암도 비슷했다.
"문제는 비효율입니다."
빨간색 화살표가 그래프를 가리켰다.
"휠소터 가동률이 78%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22%는 멈춰있거나 수동 작업입니다. 왜일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이 다음 슬라이드를 넘겼다.
"원인은 단순합니다. 사람이 기계보다 느리기 때문입니다."
도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현재 시스템은 휠소터가 바코드를 못 읽으면 사람이 수동으로 처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전체 라인이 느려집니다. 하지만 AI를 도입하면..."
슬라이드: AI 도입 효과 (예상)
숫자가 크게 떴다.
배송 효율 +27%
오류율 -65%
인력 투입 -18%
📊 데이터 vs 현장
회의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27% 효율 증가는 연간 약 340억 원 비용 절감을 의미합니다."
정민수가 박수를 쳤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 쳤다.
도진은 손을 들었다.
서윤이 멈췄다.
"네, 질문 있으세요?"
"그 데이터 어디서 나온 건가요?"
"작년 전국 센터 운영 데이터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전체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작년 추석이랑 설날도 포함된 건가요?"
"네, 당연히 포함됐습니다."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간 물량은 평소 대비 얼마나 증가했죠?"
서윤이 아이패드를 확인했다.
"데이터상으로는... 명절 기간 평균 2.8배 증가했습니다."
"맞아요. 그때 AI 없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세요?"
"...사람이요?"
"네. 사람이 3교대 돌았어요. 휴가 전부 취소하고, 본사 직원들도 현장 내려와서 밤 새워 일했어요. 그래서 처리한 겁니다."
도진이 테이블에 손을 가볍게 올렸다.
"만약 그때 AI가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물량이 2.8배 터지는데, AI가 27% 효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서윤이 잠시 멈췄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시스템 확장성을 고려하면..."
"이론 말고요. 현장에서요."
"...확답은 어렵습니다."
"맞아요. 확답 어려워요."
도진이 팔짱을 꼈다.
"데이터는 평균이에요. 하지만 현장은 평균으로 안 돌아가요. 어떤 날은 50% 물량이고, 어떤 날은 300% 물량입니다. 비 오면 바코드 인식률 떨어지고, 겨울엔 정전기 때문에 라벨 안 붙어요. AI가 그걸 따라갈 수 있나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도진이 계속 말했다.
"작년에 빅데이터 배송 최적화 프로젝트 했죠?"
정민수가 끼어들었다.
"도진 씨, 그건 과거 이야기고..."
"과거가 중요합니다."
💡 도진의 현장 철학
도진이 정민수를 봤다.
"그때도 똑같았어요. 화려한 PPT. 멋진 숫자. '배송 시간 15% 단축', '경로 최적화 98%'. 그래서 뭐 됐어요?"
"..."
"3개월 돌리다 폐기됐습니다. 왜? 현장이랑 안 맞아서요. 폭우 쏟아지면 경로 막혀요. 고속도로 사고 나면 우회해야 하고. 명절엔 특정 지역 물량이 10배 터져요. 빅데이터가 그걸 예측했나요? 못했어요."
도진이 서윤을 똑바로 봤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확신하세요?"
서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현장 경험이 없으셔서 그런 것 같은데요..."
"맞아요."
도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대학도 안 나왔어요. 고졸입니다. 논문도 못 읽고, Python도 몰라요."
그가 가방을 들었다.
"하지만 저는 8년 동안 매일 새벽 2시에 터미널 있었어요. 휠소터가 왜 78%만 돌아가는지 압니다. 나머지 22%가 뭔지도 알아요."
"그게 뭔데요?"
"사람입니다."
도진이 창밖을 봤다.
"습도 높은 날 바코드 인식 안 돼요. 수동으로 긁어내야 해요. 겨울엔 정전기 때문에 라벨이 엉겨 붙어요. 손으로 떼야 하고요. 새벽 3시 넘으면 사람들 집중력 떨어져요. 2명 1조로 바꿔야 합니다."
그가 서윤을 봤다.
"그게 데이터에 있나요?"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진이 회의실 문으로 걸어갔다.
"저 시간 없습니다. 오늘 오후에 곤지암 물량 도착해요. 가봐야 합니다."
"도진 씨!"
정민수가 불렀다.
"이번 주 목요일 다시 회의 있습니다. 그때 또 부르시면 오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저도 시간 낭비예요."
도진은 문을 열고 나갔다.
오후 4시 20분.
✍️ 서윤의 깨달음
서윤은 회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을 봤다.
배송 효율 +27%
이 숫자를 3개월 동안 계산했다. 회귀 분석. 머신러닝 모델. 시뮬레이션. 모든 데이터가 27%를 가리켰다.
하지만 최도진은 한마디로 박살냈다.
"평균은 현장에서 안 먹혀요."
서윤은 노트에 그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추가로 적었다.
"나머지 22%는 사람이다."
문이 열렸다. 정민수가 들어왔다.
"서윤 PM, 괜찮아?"
"...네."
"도진 씨 신경 쓰지 마. 현장 사람들은 원래 저래. 변화 싫어하거든."
"아니요."
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도진 대리님 말이 맞아요."
"뭐?"
"제가 현장을 몰랐어요. 데이터만 봤어요."
"데이터가 틀렸어?"
"아니요. 데이터는 맞아요. 하지만 불완전해요."
서윤이 슬라이드를 다시 켰다.
"평균 물량. 평균 효율. 평균 오류율. 전부 평균입니다. 하지만 현장은 매일 달라요. 명절, 폭우, 사고, 사람들 컨디션. 그런 변수가 데이터에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
"현장에 가볼게요."
"뭐?"
"곤지암 터미널. 제가 직접 가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정민수가 웃었다.
"너 지금 진심이야? 본사 PM이 현장에?"
"네. 안 가면 프로젝트 실패합니다."
서윤이 노트북을 닫았다.
"제가 맥칸더에서 배운 게 있어요. '현장 없는 데이터는 숫자일 뿐이다.'"
"..."
"저 이번 주부터 곤지암 갈게요. 최도진 대리님한테 배우겠습니다."
정민수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1개월 안에 답 찾아와."
"네."
서윤은 가방을 챙겼다.
그날 밤 11시.
🛍️ 작업복 주문
서윤은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작업복을 주문했다. 검은색. M 사이즈.
배송 예정일: 내일.
그녀는 달력을 봤다.
11월 15일 목요일 - 곤지암 터미널 첫 방문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
내일부터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한다.
💡 Hands-On Tutorial: 서윤의 데이터 검증 프롬프트
Real-world situation: PM이 만든 화려한 데이터 분석이 현장에서 왜 먹히지 않는지 파악하고 싶을 때
Copy-paste prompt: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X}% 효율 향상이 가능하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장 담당자가 "평균은 현장에서 안 먹힌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음 항목을 분석해주세요:
1. 평균 데이터가 놓칠 수 있는 현장 변수 10가지
2. 각 변수가 실제 효율에 미치는 영향도 (%)
3. 이런 변수를 데이터에 반영하려면 어떤 추가 정보가 필요한지
4. 현장 담당자와 협력해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 3가지
업종: {물류/제조/서비스 등}
개선 대상: {휠소터 가동률/생산 라인/고객 응대 등}
현재 평균 데이터: {기존 분석 결과 요약}
What you'll get: 데이터 분석의 맹점과 현장 검증 방법
Try it yourself:
- [ ] 위 프롬프트 복사
- [ ] {중괄호} 부분을 실제 상황으로 교체
- [ ] ChatGPT 또는 Claude에 입력
- [ ] 결과를 현장 담당자에게 보여주며 검증 요청
🎯 Learning Concept (from "Don't Think, Do AI")
Chapter 2: AI와 현장의 간극
완벽한 데이터는 없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무엇을 놓쳤는지" 아는 것이다.
Why it matters in 물류업:
- 평균 데이터는 안정 상태만 반영하고, 위기 상황을 놓친다
- 현장 변수 (날씨, 명절, 사고)는 수치화가 어렵지만 영향력은 크다
- AI 도입 전에 현장 담당자의 암묵지를 먼저 수집해야 한다
Common mistake:
데이터 분석만으로 현장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Success indicator:
현장 담당자가 "이 사람은 우리 일을 이해한다"고 느낄 때
*매주 화요일, 금요일 연재 | 구독하고 알림 받기 | 💬 댓글로 실습 후기 남겨주세요!*